1. 문제: 리더십은 '의욕'만으로 되지 않는다
12년 차 백엔드 개발자로서 수많은 시스템 오류를 해결해 왔지만, 역시 가장 어려운 디버깅 대상은 '사람'과 '조직'인 것 같습니다.
최근 팀 내에서 업무 속도와 스타일이 서로 다른 동료와의 협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제가 주도적으로 업무를 조율하고 리딩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의욕적으로 시작했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저는 업무의 누락을 막기 위해 꼼꼼한 확인과 공유를 요청했지만, 동료는 이를 '지시'나 '통제'로 받아들였습니다. 서로의 의도가 달랐기에 소통 과정에서 날 선 반응이 오갔고, 관계는 급격히 냉각되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때는 잠시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스타일이 너무 다르니 어쩔 수 없다", "업무적으로만 드라이하게 대하자"라고 단정 짓고, 소통을 최소화하는 '회피'를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그것만이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는 길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2. 직면: '좋은 게 좋은 것'은 팀을 망친다
하지만 갈등을 덮어두는 것은 미봉책일 뿐, 팀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문제를 수면 위로 꺼내어 직면하기로 했습니다.
동료와 마주 앉아 1시간이 넘는 긴 대화를 나눴습니다. 서로 쌓아두었던 서운함, 업무 방식에 대한 오해, 그리고 각자가 느끼는 고충을 가감 없이 털어놓았습니다. 싸움이 될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솔직한 대화는 서로의 '맥락'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갈등이 두려워 선택했던 '침묵'과 '방관'은 리더십이 아니었습니다. 진정한 팀워크는 갈등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갈등을 건강하게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3. 솔루션: 감정이 아닌 '시스템'으로 리딩하기 (Action Plan)
마음의 거리는 좁혔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과거의 소통 오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저는 <원온원 대화의 기술>이라는 책을 참고하여 우리 팀에 적용할 명확한 '협업 시스템'을 설계했습니다.
단순히 "잘해보자"는 모호한 다짐 대신, 예측 가능한 루틴을 만들어 다가오는 미팅에서 제안하려 합니다.
Rule 1. 정기적인 싱크, 위클리 원온원 (Weekly 1:1)
업무의 병목이나 불만이 쌓이기 전에, 매주 월요일 오전 1:1 미팅을 루틴화하려 합니다. 업무 진행 상황뿐만 아니라, 서로의 컨디션과 감정 상태를 미리 체크하여 '오해의 비용'을 줄이는 안전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Rule 2. 피드백의 객관화 (Separating Facts from Emotions)
과거에는 동료의 날 선 반응이나 불만을 저에 대한 '인격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여 상처받고 마음을 닫았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동료의 투박한 표현 뒤에 숨겨진 의도를 **제 리더십에 대한 '솔직한 피드백 데이터'**로 해석하는 연습을 하려 합니다. 감정에 휘둘려 포기하는 대신, 그 말을 통해 제가 놓친 부분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분석하고 개선하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Rule 3. 업무의 투명화와 가시화
"몰라서 못 했다", "말을 안 해줘서 몰랐다"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매일 정해진 시간에 코드 리뷰(MR)를 하거나 진행 상황을 공유하는 프로세스를 도입할 생각입니다. 이는 서로를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고립되지 않고 제때 도움을 주고받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입니다.
4. 마치며: '함께 달리는 법'을 배워가는 중
내년 초, 우리 팀의 규모는 더 커질 예정입니다. 나와 완벽하게 맞는 사람하고만 일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 경험은 서로 다른 조각을 맞춰가며 함께 성과를 내는 법을 배우는, 돈 주고도 못 할 소중한 '리더십 예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저는 혼자 앞서나가는 플레이어가 아니라, 동료가 제 페이스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페이스 메이커'가 되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월요일부터 시작될 이 새로운 시도가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문제를 피하지 않고 해결하려는 리더'로 성장하는 과정임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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